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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들려주는 이야기

홈 > 게시판 > 사서가 들려주는 이야기
제목 [그래픽노블] 5편 - 명작인가, 망작인가 : 시빌 워
작성자이민호
등록일2018/12/17 09:06:36 조회수710

 덕후와 함께 하는 그래픽노블 여행 안내서
 

5편 – 명작인가, 망작인가.

 

- 시빌 워 -

 

 

  오늘은 잠시 특별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난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와 독서에 빠졌던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만화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갔고, 이 경력을 인정받아 군대에서도 시사만화, 포스터 등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제대 후, 마블코믹스에 입사하여 <판타스틱 4>, <헐크>, <스파이더맨>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히어로들을 탄생시켰고, 누구보다 팬들과 가까이 소통하였습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었으니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편하게 살았을까요? 아니요. 본인만의 회사를 설립하였으나 기획자가 돈을 들고 도망가기도 하였고, 미국의 만화검열규제와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힘든 와중에도 그는 언제나 웃었고, 각종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은 작가를 넘어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그의 이름은 ‘스탠 리’입니다.

 

 고마워요 스탠 리 할아버지. 당신 덕분에 덕후들은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이제 슬픈 마음은 접어두고 즐겁게 시작해보겠습니다! 출간 당시 마블 코믹스의 매상을 하늘 끝까지 올려놓고, 현재까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의 바로 그 작품! <시빌 워>입니다.

 1. 비극

 


 한번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이 어느 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제3자들의 다툼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태를 예견할 수도 없었고, 그저 참혹한 결과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는 제3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선의나 행동을 용납할 수 있을까요?
 2006년에 연재된 <시빌 워>는 이 비극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그동안 코믹스에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는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죠. 표현되더라도 구조에 전념하는 히어로의 활동에만 집중이 됐을 뿐, 그들이 어떠한 상실을 했는지는 제대로 나타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시 독자들에겐 이 상황이 얼마나 신선하게 다가왔을까요. 당시 미국은 9.11 테러의 여파가 남아있었고, 시민들은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상황에서 연재한 <시빌 워> 는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고, 그것은 마블코믹스의 매상으로 증명됐습니다. 설명만 들으면 명작의 향기가 느껴지죠? 하지만.. 하지만...

 

 그것이 아주 살짝 삐끗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아직까지 이 삐끗 때문에 이 작품이 망작인지 명작인지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 과연 이 ‘삐끗’ 이 무엇인지 저와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2. 시빌 워의 시작

 여기 숨어서 비디오를 찍고 있는 이들은 <뉴 워리어즈> 라는 아마추어 히어로 그룹입니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악당을 잡는 영상을 찍어서 유명세를 얻고 싶어 하죠. 그동안 동네 불량배들을 대상으로 영상을 찍다가 대어를 잡았습니다. 저 나무집에 진짜배기 악당들이 숨어있는 것이죠. 심지어 이 악당들 중 한명은 헐크와 싸워 이길 뻔도 했던 만큼 위험한 악당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관심종자들이 그런 거 신경 쓰던가요? 시청률만을 생각하며 달려들었고, 거의 제압할 뻔 하지만.. ‘나이트로’ 라는 이름의 악당이 자폭을 하고 맙니다.

 이 폭발이 <시빌 워> 의 시작이 됩니다. 이 자폭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요? 사실 코믹스에서 악당이 터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폭발한 곳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이 폭발에 휩쓸렸고, 수백 명의 아이가 죽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었고,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말입니다.

 

 3. 불신, 그리고 초인등록법

 

 상황이 이러한데, 아무리 관련 없는 히어로라도 곱게 보일 리 있을까요. 히어로들에 대한 불신은 사상 최고치였고, 여론은 히어로들에게 통제가 필요하다 주장하였습니다.

 

 정부는 여론의 분위기에 힘입어 <초인등록법> 이라는 법안을 준비합니다. 이 법안은 그동안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던 히어로들을 정부에 등록시켜 관리하고, 미숙한 히어로들은 교육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히어로들의 정체가 일반대중에게도 공개되고 나라의 녹을 받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죠. 공무원되기 참 쉽다.. 나도 슈퍼히어로나 할걸..

 뭔가 말만 들으면 괜찮은 법안 같죠? 무보수로 일하는 히어로들은 정당한 월급도 받고, 문제가 있으면 교육도 시켜주니까요. 그것도! 공무원! 공무원이 돼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볼까요. 여러분은 슈퍼히어로입니다. 평상시에는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여러분만의 삶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어느 날 여러분과 싸우는 사이코패스 악당이 여러분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그것도 여러분의 집이 어디인지, 여러분의 가족이 누구인지 모두 알게 된다면?
 그렇습니다. 슈퍼히어로에게 있어 정체를 숨겨주는 마스크는 그들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보호해주는 방패이기도 합니다. 이런 방패를 치워버린다니 히어로들 입장에서는 난리가 난거죠. 그들은 이 법안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게 됩니다.

 

4. 캡틴 아메리카와 아어인맨, 그리고 스파이더맨

 

 그렇게 히어로들은 편이 나뉘었고, 한때 동료라 부르던 이들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이 두 편의 중심에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있었습니다. 이 둘의 입장을 살펴볼까요.


캡틴 아메리카 : 국가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히어로 역시 국민으로써 스스로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만약 정부가 악해진다면 그것은 누가 막아야 하는가?

아이언맨 : 히어로들에겐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의 인가를 받으면 앞으로의 활동도 순탄해질 것이고, 본인의 능력을 활용하여 돈도 벌 수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라 누구 편을 들지가 참 애매하죠? 이 지점이 바로 <시빌 워> 의 훌륭한 부분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대립. 독자 입장에서도 누구 편을 들지 어려운거죠.
 2차세계대전을 겪고, 여러 사태를 봐온 캡틴아메리카는 정부가 얼마나 쉽게 타락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권력이나 단체에 의해 휘둘릴 때 찾아오는 비극도 보아 왔으니,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나 알코올중독자 경험이 있던 아이언맨은 히어로들에게도 감시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초인등록법’ 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가 더욱 강경한 대책을 세울 것이기에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구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치는 겁니다. 나는 아이언맨도 좋고! 캡틴 아메리카도 좋은데! 대체 누구 편을 들어야 하지!

 

 사실 현실적으로는 아이언맨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거 안되면 더 큰 일이 벌어지는데 어떡합니까? 그러나 히어로들은 기본적으로 이상주의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캡틴아메리카 편에 들거나,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아이언맨은 초강수를 둡니다. 스파이더맨의 마스크를 벗겨버린 것이죠.


 스파이더맨의 마스크가 뭐가 중요하냐 생각하시겠지만, 스파이더맨은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탄탄한 익명성에 기반을 둔 히어로입니다. 또한, 맞서 싸운 악당도 많아서 정체를 밝히면 겪을 위험이 누구보다 크죠.
 이러한 A급 히어로가 솔선수범하여 정체를 밝히니 아직 편을 정하지 못한 히어로들도 용기를 내서 아이언맨에게 붙습니다. 그러나.. 예상하신 대로.. 스파이더맨에게는 엄청난 고생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까지 여러분은 저와 함게 <시빌 워> 의 시작을 살펴보셨습니다. 다음 편에는 <시빌 워> 의 진행과정을 보며 왜 삐끗했는지를 따져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다음편에는 시빌워의 여러 외전도 살펴보고, 다다다음편에는 영화와도 비교할거구요! 그렇습니다! 시빌워로 날로 먹을 생각입니다!

 원래 인생이란게 그런거죠! 오늘 <시빌 워> 재미있게 보셨나요? 여러분은 어떤 편을 택하실 건가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아 저요..? 저도 몇 년 째 고민중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이 계속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엑셀시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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